“일단 동사부터 꺼내는 삶_미국 생활이 가르쳐준 실행의 문법”
안녕하세요, Julia예요.
최근 유튜브 ‘하와이 대저택’ 영상을 보다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바로 언어의 구조가 인간의 사고방식, 나아가 한 나라의 국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어요. 근데 이상하게 그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고요. 커피를 내리다가도, 아이 학교 데리러 가는 차 안에서도, 자꾸 그 이야기로 생각이 이어졌어요. ‘어, 이게 지금 내 얘기 아닌가?’ 하면서요.
재무팀 출신이라 숫자에 익숙한 저에게도, ‘행동’보다 ‘분석’이 먼저인 삶을 살아온 저에게도 — 이 이야기가 작은 침처럼 콕 박히는 느낌이었어요.
1. 동사가 먼저 나오는 언어, 결론이 먼저 나오는 삶
영어 문장의 기본 구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특징이 있어요.
주어 다음에 바로 ‘동사’가 나와요.
- I do (나는 한다)
- I try (나는 시도한다)
- I make (나는 만든다)
일단 결론, 즉 행동부터 세상에 던져놓고 — 그 뒤에 ‘무엇을, 어떻게’라는 설명이 붙어요. 반면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봐야 알아요. 수많은 수식어와 상황 설명이 다 끝난 뒤에야 비로소 결론이 나오죠.
“저는 이런저런 사정이 있고, 여러 가지를 고민해봤는데, 환경이 좀 갖춰지면… 시작해볼까 해요.” vs. “I start.”
이 작은 문장 구조의 차이가 생각보다 큰 ‘행동의 차이’를 만든다는 점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어요. 말의 구조가 사고방식을 만들고, 사고방식이 행동 패턴을 만든다면 — 언어를 배우는 게 단순히 소통의 문제만은 아니겠구나 싶었어요.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느끼는 게 있어요. 여기 사람들은 일단 해보는 편이에요.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던져놓고, 실패하면 피벗하고, 다시 시도해요. 창업 문화, 비즈니스 문화 자체가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구조예요.
아이 학교 학부모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그게 보여요.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때, 한국에서라면 “그게 될까요?” “리스크가 있지 않아요?” 같은 질문이 먼저 나왔을 텐데 — 여기선 “Oh, interesting! Let’s try it.”이 먼저 나와요. 그 분위기의 차이가 처음엔 낯설었는데, 이제는 그게 어쩌면 언어에서 오는 문화적 반사 신경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 신중함이라는 이름의 망설임과 화해하기
저는 전형적인 ‘분석형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어요.
데이터를 수집하고, 리스크를 검토하고, 발생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비교한 뒤에야 결론을 내리는 것. 그게 제 업무이자 삶의 방식이었거든요. 재무 분야에서 그 신중함은 분명히 미덕이에요. 숫자 하나 잘못 잡으면 전표 하나가 아니라 회사 전체의 손익이 달라지니까요.
근데 그 습관이 일상으로도 그대로 이어지더라고요.
- 조금만 더 준비하고 시작하자.
- 조금만 더 확실해지면 움직이자.
이렇게 완벽을 기하는 사이에 놓쳐버린 기회들이 분명히 있었어요. LLC를 만들까 말까 고민하다가 몇 달을 보냈고, 블로그를 시작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또 몇 달이 지나갔어요. Shopify 샵 오픈도 마찬가지예요.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서 미루다 보니 그 ‘나중에’가 자꾸 뒤로 밀려요. 결국엔 했지만 — 그 몇 달이 아까운 건 사실이에요.
신중함과 망설임은 다르다는 걸, 지금에서야 조금씩 알겠어요.

3. 수식어를 줄이고 ‘동사’부터 꺼내기
유튜브 영상 이야기를 접한 뒤, 요즘 저는 제 삶의 문법을 조금 바꿔보려 노력 중이에요.
바로 수식어를 줄이는 연습이에요.
“이건 이래서 어렵고, 저건 저래서 안 될 것 같아”라는 긴 변명 뒤에 숨기보다 — 일단 동사부터 꺼내보는 것.
일단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회사 댜닐때 예산을 짤 때도 결국엔 그랬어요. 100% 완벽한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아요. 80%의 정보로 결정을 내리고, 나머지 20%는 실행하면서 보완하는 것 — 그게 현장에서 살아남는 방식이었거든요. 삶도 마찬가지예요.
완벽한 분석이 끝난 뒤 시작하는 것보다, 불완전한 실행 속에서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현실적인 성장일 수 있어요.
LLC 설립도 그랬어요. 매출이 없어도, 방문자가 많지 않아도 — 일단 그릇을 먼저 만들기로 했어요. 생각보다 훨씬 단순한 과정이었고, 그 결정을 내리고 나니 다음 단계가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머릿속에서만 굴리던 걸 세상 밖으로 꺼내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절반이에요.
블로그도 마찬가지예요. 처음 글을 올릴 때, 완벽하지 않은 글이 공개된다는 게 불편했어요. 근데 일단 올렸고, 올리고 나니 다음 글이 나왔어요. 결과는 시작 이후에 오는 거더라고요.
가장 큰 기회비용은 ‘시작하지 않은 시간’
재무에서 자주 다루는 개념 중 하나가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에요. 어떤 선택을 하느라 포기한 다른 가능성의 가치를 말하죠.
완벽한 계획을 세우느라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 시간은 —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지불할 수 있는 가장 비싼 기회비용일지도 몰라요.
재무팀에선 투자 결정을 미루는 것도 하나의 결정이라고 했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선택이고, 그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고. 망설임의 비용 — 그게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걸 이제야 실감해요. 그리고 그 비용은 조용하게, 티 나지 않게 빠져나가기 때문에 더 무서워요.
캘리포니아 생활 2년 차를 앞두고 있는 지금, 제가 연습하고 싶은 삶의 문법은 명확해요. 생각보다 먼저 움직이기. 그리고 동사부터 시작하기.
“I do.”
내일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시작하는 것 — 그게 영어식 사고가 가르쳐준, 생각보다 강력한 삶의 전략이에요. 불완전해도 괜찮아요. 완벽한 문장보다 일단 꺼내는 동사 하나가 더 강하니까요.
오늘 여러분의 문장에는 어떤 동사가 가장 먼저 자리 잡고 있나요?
혹시 지금도 긴 수식어 속에 동사를 숨기고 있진 않나요? “언젠가는”, “준비가 되면”, “좀 더 확실해지면”이라는 말 뒤에 행동을 미루고 있진 않은지 — 저도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그 질문이 작은 침처럼 찔릴 때마다, 그냥 일단 해보기로 해요.
LLC를 설립하며 ‘구조는 먼저 설계하는 것’을 배운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 미국 도착 1년 안에 LLC를 만든 이유도 함께 읽어보세요.
📝 Julia Value Note
“가장 비싼 기회비용은 시작하지 않은 시간이에요.”
사회생활 15년이 가르쳐준 신중함을 버리지 않되, 동사부터 먼저 꺼내는 연습 중이에요. 완벽한 준비보다 불완전한 실행이 더 빠른 성장을 만든다는 걸 — 캘리포니아에서 하나씩, 직접 부딪히며 배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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