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2시의 낯선 고요함
오렌지 카운티의 오후는 유난히 길고 투명하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거 바닥에 길게 눕고,
멀리서 이웃집 주차장 셔터가 오르내리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온다.
예전 같았으면 사무실 모니터 앞에서
쏟아지는 이메일과 씨름하며
세 번째 커피를 들이켜고 있었을 ‘오후 2시’.
하지만 휴직 중인 지금의 나는
다이닝룸 테이블에 앉아
갓 내린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이 낯선 고요함 속에 머물고 있다.

내가 포기한 것, 그리고 얻은 것
경제학에서는
어떤 하나를 선택했을 때
포기하게 되는 가치를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부른다.
지금 이 시간의 기회비용을 계산해 본다면
아마도 매달 통장에 찍히던 일정한 월급,
사회적으로 불리던 직함,
그리고
‘뒤처지지 않고 있다’는 안도감일 것이다.
때로는 그 비용이 너무 크게 느껴져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
따뜻한 커피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내가 얻은 것은
평생 처음 가져보는
‘나 자신과의 온전한 대화’였다는 것을.
가장 비싼 가치를 지닌 투자
이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정리한다.
이번 달 읽을 책을 고르고,
아이와 화해하며 배웠던 마음의 결을 되짚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조용히 숫자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묻는다.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의 방향은 어디일까.
남들이 보기엔
그저 ‘쉬고 있는 시간’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이 시간은
가장 비싼 가치를 지닌 투자다.
- 정서적 자본(Emotional Capital)
바닥났던 인내심과 사랑을 다시 채우는 시간 - 지적 자산(Intellectual Asset)
조급함을 내려놓고 세상을 움직이는 흐름을 공부하는 시간 - 삶의 운영 감각
수동적인 월급쟁이에서
내 인생의 운영자로 체질을 바꾸는 시간
Julia’s Life Note
커피 한 잔이 식어가는 동안,
내 마음의 가계부에는
‘평온’이라는 이름의 이익이
차곡차곡 쌓인다.
기회비용이 무서워
멈추지 못했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이 풍요로움.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지혜로운 투자를 하고 있다.
언젠가 다시
세상 앞에 섰을 때,
오늘의 이 오후들이
얼마나 큰 배당금으로 돌아올지
조용히 기대해 본다.
오늘,
당신이 지불한 기회비용 뒤에는
어떤 가치가 남아 있나요?
당신의 오후 2시는
어떤 빛깔로 채워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