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wth Journal #17 성장이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고 싶었던 시간들 (미국 생활 11개월 차의 기록)

미국에 온 건 도전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용감한 선택이라기보다
흐름에 올라탄 결정에 가까웠다.

나는 안정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했다.
월급이 들어오는 날을 예측할 수 있고,
내가 맡은 역할이 명확하고,
숫자가 나의 성과를 설명해주던 삶.

그 안에서는 불안이 작았다.

여기서는 다르다.
내가 쌓아온 것들이 바로 통용되지 않고,
직함 대신 설명이 필요해졌다.
‘재무팀 출신’이라는 말은 과거이고,
지금의 나는 조금 더 모호하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몇 달은 괜히 더 바빴다.
경제 뉴스를 더 읽고,
숫자를 더 붙잡고,
공부를 계속해야 내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성장이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려는 몸부림에 가까웠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알게 됐다.

나는 다시 시작을 선택한 게 아니라,
다시 정의되고 있다는 것.

예전에는 성과가 나를 설명했다면
지금은 태도가 나를 설명한다.

예전에는 속도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방향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직함이 자산이었다면
지금은 균형이 자산이다.

미국 이민 생활 중 자아 성찰과 경력 재설계를 고민하는 머니 디렉터의 성장 기록

다시 시작은
처음부터 다시 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다른 방식으로 배열하는 일이라는 걸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아직 완전히 편안하지는 않다.
안정이 그립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불안 속에서도
조용히 중심을 잡는 법을 배우고 있다.

성장은 화려하지 않고,
대부분은 이런 모호한 시간 속에서 진행된다는 걸
요즘의 나는 알고 있다.

이 글은 미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며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머니디렉터로서의 감각을 일상의 성장으로 치환해가는 과정을 담은 기록입니다.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