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lth & Calm #13 숫자쟁이가 본 ‘캘리포니아식 행복 가성비’

: 연봉보다 순이익이 늘어난 삶의 구조

한국에서 일하던 시절,
나는 늘 숫자로 세상을 해석했다.
얼마를 벌었는지, 얼마나 쓰는지,
그리고 그 결과 얼마나 남는지.

그래서 캘리포니아에 와서 가장 먼저 든 생각도
감정이 아니라 계산이었다.

“물가는 비싼데, 왜 이상하게 마음은 더 가볍지?”

이곳에서의 삶은 분명 지출이 크다.
하지만 숫자쟁이의 눈으로 보면,
삶의 순이익 구조는 오히려 더 좋아진 느낌이다.
그 이유를 하나씩 뜯어보면 답이 보인다.

캘리포니아 집마당 수영장 옆에서 간단한 음식으로 즐기는 소박한 오후 휴식

1. 과시적 비용(Status Spending)의 실종

재무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에서는 연봉이 오를수록 함께 증가하는 비용이 있다.
장부에 명확히 잡히지 않지만
매달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지출들이다.

성과에 어울리는 옷,
직급에 맞는 차,
빠지기 어려운 모임과 관계 유지 비용.

이른바 품위 유지비라는 이름의 이 비용들은
재무적으로 보면 현금 흐름을 갉아먹는 구조적 고정비에 가깝다.
수입은 늘어나는데 체감 여유가 줄어드는 이유다.

미국, 특히 OC에서 가장 먼저 체감한 변화는 이 지점이었다.

여기서는 연봉이 높아도 코스트코에서 장을 본다.
대용량 생필품을 사고, 세일 품목을 체크하고,
브랜드보다 실용과 효율을 먼저 선택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지불하던 비용,
일종의 ‘사회적 세금’ 같은 지출이 거의 없다.

같은 돈을 써도 결과는 전혀 다르다.
한국에서는 보여주기 위해 순이익을 깎아 먹는 구조였다면,
여기서는 나와 가족의 만족을 위해
영업이익이 남는 구조에 가깝다.

2. 행복의 단가가 낮아진 이유

캘리포니아에서 행복은
비싼 소비에서 나오지 않는다.

햇살, 바다, 공원, 산책로.
돈을 쓰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자원이
일상 속에 기본값처럼 깔려 있다.

이건 숫자로 보면
비용 대비 만족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구조다.

한국에서는
행복을 느끼기 위해
예약을 하고, 계획을 세우고,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면
여기서는 그냥 밖으로 나가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이 생긴다.

행복의 ‘단가’ 자체가 낮아진 느낌이다.

3. 시간 가성비가 바뀐 삶

또 하나 크게 달라진 건
시간의 쓰임새다.

한국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쓰고,
남은 시간으로 회복을 시도했다.

여기서는
시간을 먼저 확보하고,
그 시간 안에서 삶을 운영한다.

출퇴근에 쓰던 에너지,
불필요한 비교에 소모되던 감정,
그 모든 것이 줄어들자
하루의 체감 밀도가 달라졌다.

같은 24시간인데
덜 지친다.

숫자쟁이의 결론

캘리포니아식 행복은
더 벌어서 얻는 것이 아니다.

  • 고정비를 줄이고
  • 비교 비용을 없애고
  • 시간의 통제권을 되찾은 결과다.

그래서 이곳의 삶은
소득이 아니라 구조가 만든 여유에 가깝다.

나는 여전히 숫자를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확신할 수 있다.

이곳에서의 삶은
더 벌지 않아도
더 남기는 구조다.

캘리포니아식 행복 가성비의 핵심은
화려함이 아니라 자기 기준이고,
과시가 아니라 생활의 효율이다.

그 기준을 세운 순간,
삶의 재무제표는 훨씬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