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ifornia Life Guide #5 [캘리포니아 여행] 1월 샌디에이고 아이와 가볼만한 곳 1박 2일 총정리

— 완벽하지 않아서 더 오래 남은 주말

토요일, 딸아이 스포츠 일정이 끝나자마자 차에 올랐다.
늦은 오후에 도착한 곳은 Paradise Point Resort & Spa.
이미 하루를 꽉 채운 뒤라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여유롭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상하게 마음은 편했다.
“그래도 잘 왔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 첫날 밤: 수영, s’mores, 그리고 별 이야기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수영장으로 향했다.
해가 지는 시간, 다행히 온수풀이라서 그닥 춥진 않았다.
물에 젖은 머리로 웃는 얼굴만 봐도
이번 여행은 이미 충분했다.

저녁은 리조트 안 on-site restaurant에서 해결했다.
Paradise Point의 음식은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화덕피자가 정말 맛있었다.
여행지에서 “먹는 걱정 안 해도 되는 호텔”이라는 점이 크게 느껴졌다.

밤이 되자 campfire area에서
기다리던 s’mores time.

사실 우리는 처음이라
마시멜로만 열심히 굽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가족을 보니
구운 마시멜로를 graham cracker 사이에 끼워 먹고 있더라.

“아… 저렇게 먹는 거구나.”

괜히 더 여행 온 기분이 났다.

불멍을 하다 고개를 드니
하늘에 별이 유난히 반짝였다.

“별 너무 예쁘지 않아?”
내 말에 남편은 고개만 끄덕.

역시 대문자 T.
그걸로 아이들과 한참을 놀리며 웃고 떠들다
하루가 조용히 접혔다.

Family making s’mores by the fire pit at Paradise Point Resort in San Diego at night

🌞 둘째 날 아침: 오리, 산책, room service

아침에는 오리들에게 밥을 주며 산책을 했다.
아이들은 오리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나는 커피 한 모금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조식은 room service breakfast.
팬케이크와 샌드위치,
솔직히 말하면… 정말 맛있었다.

“이 호텔, 진짜 잘 먹이는 호텔이네.”

체크아웃할 때
아이들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며
이번 숙소 선택은 성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Morning view of Mission Bay with calm water and palm trees in San Diego

✈️ USS Midway Museum, 아이들과 가장 ‘살아 있는’ 역사 수업

체크아웃 후에는 USS Midway Museum으로 향했다.
USS Midway는 샌디에이고 항구에 정박해 있는 실제 항공모함을 그대로 박물관으로 만든 곳이다.
비행기 몇 대만 전시된 공간이 아니라, 수십 년간 실제로 사용되던 항공모함 내부를 직접 걸어 다니며 체험하는 장소다.

갑판 위에는 실제 전투기들이 줄지어 있고,
아래로 내려가면 조종실, 침실, 식당, 통신실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배에서 정말 사람들이 살았다고?”
아이들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눈이 반짝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아이들을 위한 영어 오디오 가이드와 퀴즈 미션이었다.
이어폰을 끼고 설명을 끝까지 듣고, 문제를 풀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평소라면 중간에 포기했을 아이들이 끝까지 집중해서 듣고, 영어로 된 질문을 스스로 해결하려 애쓰는 모습이 참 기특했다.

모든 미션을 마치자 작은 ‘Wings Badge’를 받았고,
아이들은 그 배지를 마치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항공모함을 뛰어다녔다.

공부라는 말보다,
‘경험으로 배우는 영어’와 ‘몸으로 느끼는 역사’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 San Diego Zoo: 반쪽만 보고 와도 괜찮았던 이유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San Diego Zoo.
이번엔 조금 특별했다.
우리는 이미 annual membership을 끊어둔 상태였다.

처음 선택한 건
주말·공휴일 이용이 안 되는
blackout dates membership.

막상 도착해 보니 오늘은 주말.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줄을 다시 서서,
안 되는 영어로 상황을 설명하고,
현장에서 no blackout membership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통했고,
그게 괜히 뿌듯했다.

기린 먹이체험을 꼭 해주고 싶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종료.
조금 아쉬웠지만
연간 회원권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가볍게 했다.

“괜찮아. 다음에 보자.”

그래서 욕심내지 않았다.
펭귄, rock hyrax, 카피바라,낙타
미어캣, 원숭이, 코끼리, 홍학 등

딱 반쪽만 보고
5시까지 천천히 걸으며 놀았다.

✨ 돌아오며 든 생각

이번 여행은
빡빡한 일정도,
완벽한 계획도 없었다.

대신

  • 처음이라 서툴러도 웃을 수 있었고
  • 아이들이 영어를 ‘공부’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쓰는 모습을 보았고
  •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하루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작은 자신감을 얻었다.

아마 몇 년 뒤 아이들은
호텔 이름보다
불멍 하며 웃던 밤과
동물원을 반만 보고 돌아오던 오후를 기억할 것 같다.

캘리포니아에서 산다는 건
이렇게 완벽하지 않은 주말을
조금씩 쌓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