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알려준 말
빠르다고 다 잘 가는 건 아니라고.
결과에 도착하는 시간보다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가
사람을 더 오래 남긴다고.
마음은 말한다.
아이들은 준비가 끝나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움직이면서 준비가 되어 간다고.
오늘의 사유
요즘 내 머릿속은 온통 ‘효율’이다.
어떻게 하면 CPA 학점을 더 빨리 끝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블로그 이웃을 더 빠르게 늘릴 수 있을지.
미국 생활 1년 차.
뒤처지면 안 된다는 마음이
나를 계속 앞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집 앞 산책길에서
아이가 내 소맷자락을 붙잡았다.
나는 갈 길이 멀어 앞만 보고 걷는데,
아이는 자꾸 멈춘다.
바닥을 기어가는 작은 개미,
달팽이, 이름 모를 곤충들..
구름의 모양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엄마, 이것 좀 봐. 진짜 예쁘지?”
빨리 집에 가서
인강 하나라도 더 들어야 한다고
재촉하려던 내 말이
아이의 반짝이는 눈 앞에서 멈췄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캘리포니아의 이 햇살 아래 살면서도
햇살의 온도를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는 걸.
합격이라는 결과,
수익이라는 숫자에만 매달리며
정작 ‘오늘’이라는 과정을
스스로 지워가며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이는 나에게 말없이 보여준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보다
가는 길에 핀 꽃의 향기를 맡는 일이
삶을 얼마나 더 단단하게 만드는지를.
언젠가 끝내야 할 ‘통과 구간’이 아니라
이미 내 인생 한가운데라는 사실을
아이 덕분에 다시 배운다.
공부도, 재테크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끔은
아이의 속도로 걸어도 괜찮다는 걸
오늘은 인정해 보려 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앞만 보고 달리던 어른에게
옆을 볼 줄 아는 시선을
다시 돌려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밤은
책장 넘기는 소리보다
아이와 나눴던 짧은 대화의 여운을
조금 더 오래 안고 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