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아이는 먼저 움직이고, 나는 이유부터 찾는다”

마음이 알려준 말

아이들은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고.

완벽해져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시작하면서 완성되어 가는 존재라고.

마음은 말한다.
머뭇거리는 어른의 계산보다
아이의 한 발짝이
더 멀리 데려다준다고.

오늘의 사유

미국에 온 지 어느덧 1차.
나는 여전히 많은 일을
‘시작 직전’에 두고 산다.

CPA 공부도,
새로운 계좌를 여는 일도,
블로그의 방향을 정하는 일도
항상 머릿속에서 먼저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지금 시작해도 될까.
조금 더 준비하면 더 잘하지 않을까.
괜히 실수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시간은 조용히 지나간다.

오늘 놀이터에서 아이를 보며
그 차이가 유난히 또렷해졌다.

아이는 아직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
문장은 자주 끊기고,
단어도 충분하지 않다.

그런데도 아이는
친구들 앞에 서서
아무 망설임 없이 말했다.

“Play?”

문법도, 발음도, 결과도
아이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 한마디로
아이는 금세 놀이 속으로 들어갔고
나는 멀찍이서 그 장면을 바라봤다.

문득 깨달았다.
아이들은 용감해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시작하기 때문에 용감해진다는 걸.

반면 나는
늘 시작하기 전에
용기를 확보하려 한다.

충분한 정보,
충분한 확신,
충분한 안전장치.

하지만 그런 조건이
내 인생에서
완벽하게 갖춰진 적이 있었던가.

아이를 보며 알게 된다.
지금의 나에게 부족한 건
능력도, 자격도 아니라
먼저 내미는 태도라는 걸.

오늘은 나도
아이처럼 해보기로 한다.

완벽한 문장 대신
불완전한 한 마디를.
완벽한 계획 대신
작은 실행 하나를.

틀려도 괜찮다는 얼굴로
내 하루에 먼저 들어가 보기로.

아이처럼,
망설임보다 한 발 앞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