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 아이와 싸우고, 다시 손을 잡는 날

마음이 알려준 말

아이와의 싸움은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로 너무 가까워서 생기는 것이라고
마음은 조용히 말한다.

오늘의 사유

오늘 아이와 또 부딪쳤다.
돌이켜보면 정말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말투 하나,
작은 약속 하나.
서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으려다
공기보다 목소리가 먼저 높아졌다.

싸움이 끝난 뒤,
아이보다 내가 더 힘들었다.

‘왜 그렇게까지 말했을까.’
‘조금만 더 삼킬 걸.’

이미 지나간 장면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되감기하며
차마 꺼내지 못한 미안함을
조용히 가슴에 쌓아두었다.

아이 방 문은 닫혀 있었고
집 안은 금세 고요해졌다.
평소엔 평화롭던 그 정적이
오늘은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예전의 나는
이럴 때 내가 먼저 사과하는 일이
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엄마니까 참아야 하고,
엄마니까 더 어른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나를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른 마음이 든다.

화해는
누가 먼저 옳아지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먼저
다시 연결되기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라는 것.

잠시 후,
떨리는 손으로 아이 방 문을 두드렸다.
길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아까 엄마 말이 조금 날카로웠어.”
“그래도 네가 속상했던 마음은 알고 있어.”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처럼 완벽한 사과도,
눈물 나는 화해도 아니었다.
그저 다시 같은 공간 안에서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게 된
아주 짧은 순간.

서툴러서 더 진짜 같은 우리

아이와 싸운 날은
내가 부족한 엄마라는 증거가 아니라
그럼에도 이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화해는
서툴렀고, 매끄럽지 않았다.

우리는 오늘도
싸우고, 멀어졌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손을 잡으며
서로의 거리를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