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Notes #4 “느림에 익숙해지는 중”

(Learning to Breathe in a Slower World)

회사 다닐 땐, 신용카드 하나 만드는 게 일도 아니었다.
몇 번의 클릭이면 끝났고, 택배로 다음날 카드가 도착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달랐다.
물론 내가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신용이 없었기에…
은행에 가서 설명을 듣고, 서류를 작성하고, 다시 기다렸다.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고, 결국 다시 찾아가 확인해야 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오래 걸리지?’
그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신용이라는 것도 처음엔 낯설었다.
한국에서는 직장, 급여, 카드 이력이 ‘사람의 신뢰’로 이어졌다.
직장만 안정적이면 대부분의 금융 문이 열렸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달랐다.
이곳의 신용은 ‘사람’보다 ‘기록’을 믿는다.
매달 갚은 금액, 사용률, 카드개수 – 모든 숫자가 점수가 된다.
신용점수 하나로 집을 구하고, 차를 사고
심지어 휴대폰 요금제도 달라진다.

처음엔 냉정하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이해된다.
여긴 ‘사람을 먼저 믿는 사회’가 아니라 ‘데이터를 신뢰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한번의 약속이 곧 신뢰이고,
그 신뢰는 꾸준히 쌓아야 한다.

처음엔 이 시스템이 불편하고 복잡했는데
이제는 알겠다.
이곳의 ‘느림’은
단순히 게으름이 아니라, ‘확인’과 ‘책임’의 속도라는 걸.

그 느림 속에서 나는,
일을 빨리 처리하는 대신
조금 더 생각하고, 기다리고, 다시 배우게 되었다.

In Korea, I used to finish ten things before lunch.
Here, I’m lucky if I finish one — and that’s okay.

Each form takes time,
each approval asks for patience.
But maybe this slow rhythm
isn’t a delay; it’s a lesson.

To breathe.
To wait.
To start again, gent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