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 어느덧 269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가만히 돌아보면 이 시간 동안
내 안에서 조금씩, 조용하게 달라진 부분들이 있었다.

처음엔 하루하루가 낯설었고
작은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곤 했는데
어쩌면 그 낯섦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다.
오늘은 그 변화를 조용히 기록해두고 싶다.
1.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게 더 쉬워졌다
예전에는 모든 걸 빠르게 이해하고 완벽하게 해내야 안심이 됐는데,
지금은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괜찮아, 천천히 배워가면 돼”라고 마음이 말해준다.
이건 미국에 와서 배운 가장 큰 여유 중 하나다.
2. 작은 성공에서 오래 머무는 법을 배웠다
아이들 학교 일정 하나 제대로 맞춘 날,
DMV에서 서류가 한 번에 처리된 날,
재활용센터에서 $7을 받은 날.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이런 순간들이
나에게는 큰 성취감으로 남는다.
예전의 나는 이런 감정에 머무르는 법을 모르던 사람이었다.
3. 집이라는 공간이 더 깊은 의미가 되었다
바쁘고 복잡한 하루 끝에
현관문을 열면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고
따뜻한 공기가 나를 감싸는 그 순간,
여기가 ‘우리의 자리’라는 확신이 든다.
집은 이제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내가 다시 숨을 고르는 작은 안식처가 되었다.
4. 미래를 너무 멀리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몇 년 뒤의 계획을 세우는 일보다
오늘을 안정적으로 보내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미국 생활은 나에게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힘”을 주었다.
그게 오히려 예전보다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5. 나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하루를 잘 버텨낸 나를
조용히 칭찬하게 된다.
예전의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잘 해주지 못했다.
현재의 나는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진 사람이다.
🌙 마무리
돌아보면, 이 시간 동안
크게 바뀐 건 없는 것 같은데
조용히 들여다보면
내 마음의 결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지만
이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나답게 변해가는 나를 본다.
오늘의 이 기록이
언젠가 다시 나를 힘껏 응원해줄 날이 오겠지.
그날을 기다리며,
269째의 나에게 작은 박수를 보낸다.